01 THINK어떻게 생각하는가

책에 나온 사례가 거의 다 나였다

사람이 언제 생각을 건너뛰는지 정리한 책을 읽었습니다. 읽는 쪽이 아니라 사례에 들어가 있는 쪽이 저였습니다.

이 쪽은 원문을 쉬운 말로 다시 쓴 판입니다. 저자가 쓴 문장은 원문 쪽에 있습니다. 이 판의 문장은 사람이 쓰지 않았습니다.

이 사이트에 이미 올려 둔 글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최신 버전이 나와 있었다. 훨씬 빠르다고 했다. 당연히 넣었다.

'당연히'에 이유가 없습니다. 같은 글에서 실제로 시간을 재 봤더니 0.87초였습니다. 느려서 답답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빨라서 올린 게 아니라 최신이라서 올렸고, 그 바람에 코드 점검 도구 전체가 멈췄습니다.

그때는 그냥 성급했다고 적었습니다. 그 반응에 이름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야 읽었습니다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투자자 찰리 멍거가 쓴 『가난한 찰리의 연감』에 추천 책으로 나와 있어서 집어 들었습니다.

사람이 언제 생각을 건너뛰는지를 실험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읽는 내내 신기했는데, 신기한 쪽은 실험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그 실험에 나오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여섯 가지

원칙언제 작동하나
상호성뭔가 받으면 갚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일관성한 번 말한 것과 어긋나지 않으려 합니다
사회적 증거다들 그렇게 하면 그게 맞는 걸로 봅니다
호감좋아하는 사람 말은 덜 따져 봅니다
권위'전문가'라는 표시가 붙으면 그냥 믿습니다
희소성줄어드는 것은 더 좋아 보입니다

위의 최신 버전 이야기는 권위입니다. 직접 따져 본 게 아니라 '최신'이라는 표시에 반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건 제가 이미 글로 적어서 공개까지 해 둔 일입니다. 적어 두지 않은 것이 얼마나 되는지는 셀 방법이 없습니다.

안다고 꺼지지 않습니다

책에서 가장 불편했던 부분은 여기입니다.

원칙을 알아도 반응은 똑같이 일어납니다. 읽고 나서 달라지는 건, 나중에 "아 그거였네" 하고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 사이트는 같은 결론을 다른 곳에서 이미 내려 두고 있었습니다.

  •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검사는 검사가 아니다 — 검사기를 만들 때마다 일부러 고장을 내 본다고 적어 뒀습니다.
  • 검사기 여섯 개가 전부 초록불인데 세 군데가 깨져 있었다 — 검사기가 없으면 손으로 확인하는데, 있으면 확인했다고 믿어 버린다고 적어 뒀습니다.

둘 다 전제가 같습니다. 그 순간의 내 판단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대신 확인해 주는 기계를 세워 뒀습니다.

색이 잘 보이는지, 꾸미기 순서가 맞는지, 페이지가 무겁지 않은지 — 여섯 개가 서 있고, 어긋나면 만들다가 멈춥니다.

사람이 끼어드는 판단에는 그런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규칙 하나를 넓혔습니다

새 규칙을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있던 규칙 하나를 넓혔습니다.

목록을 잘라 보고 엉뚱한 곳에 코드를 올렸다에서 정한 것이 있습니다 — 되돌리기 어려운 것은 목록을 끝까지 다 본다.

그 규칙을 코드 올리는 일에만 걸어 뒀습니다. 이제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 전부로 넓힙니다.

'지금 당장 정해야 한다'는 느낌이 붙어 있으면 그게 여섯 번째 원칙이고, 그때가 바로 목록을 전부 봐야 할 때입니다.

이걸로 충분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검사기는 일부러 고장을 내 봐야 믿을 수 있는데, 사람에 대한 검사기는 어떻게 고장 내 보는지 아직 방법을 못 찾았습니다.

그때까지 이 글은 검사기가 아니라 그냥 메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