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THINK어떻게 생각하는가
동전 10번에 앞면 8번이면, 이 동전은 이상한 걸까요
p값이 무엇인지 이해했는데, 적어 보니 한 단어가 빠져 있었습니다. 그 한 단어 때문에 같은 데이터에서 결론이 반대로 나옵니다.
이 쪽은 원문을 쉬운 말로 다시 쓴 판입니다. 저자가 쓴 문장은 원문 쪽에 있습니다.
동전을 10번 던졌더니 앞면이 8번 나왔습니다.
이 동전은 이상한 걸까요, 아니면 그냥 운이 좋았던 걸까요?
통계학에는 이 질문에 답하는 정해진 절차가 있습니다. 그 절차의 한가운데 있는 숫자가 p값입니다.
먼저, 의심하지 않는 쪽부터 시작합니다
통계는 "이 동전 이상해!" 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 반대에서 시작합니다.
- 귀무가설 — "이 동전은 멀쩡하다." 아무 일도 없다는 쪽입니다.
- 대립가설 — "이 동전은 이상하다." 뭔가 있다는 쪽입니다.
재판과 비슷합니다. 일단 무죄라고 가정해 놓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가정으로 설명이 안 될 만큼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 그때 가정을 버립니다.
p값은 이 질문의 답입니다
"동전이 멀쩡하다고 치면, 이런 일이 얼마나 잘 일어나는가?"
잘 일어나는 일이면 동전을 의심할 이유가 없습니다. 좀처럼 안 일어나는 일이면 "멀쩡하다" 는 가정이 의심스러워집니다.
여기까지는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글로 적어 보니 한 단어가 빠져 있었습니다.
빠진 단어는 "이상" 입니다
저는 p값을 "딱 이 결과가 나올 확률" 로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이 결과나, 이보다 더 심한 결과가 나올 확률" 입니다.
별것 아닌 차이 같은데, 답이 반대로 나옵니다.
| 세는 방법 | 확률 | 판정 |
|---|---|---|
| 앞면이 딱 8번 | 4.4% | 5%보다 작으니 "이상한 동전" |
| 앞면이 8번 이상, 뒷면 쪽도 같이 | 10.9% | 5%보다 크니 "이상하다고 말 못 함" |
같은 동전, 같은 데이터인데 결론이 반대입니다. 빠진 것은 "이상" 두 글자뿐입니다.
왜 더 심한 경우까지 같이 세느냐면, 우리가 묻는 게 "딱 이 숫자" 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로 치우친 일" 이 얼마나 흔한지를 묻는 것이라, 8번보다 더 치우친 9번과 10번도 같은 질문에 들어갑니다.
두 번째로 틀린 것: 방향
저는 결론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러니까 동전은 멀쩡하지 않다."
p값이 답해 주는 것은 이쪽입니다.
동전이 멀쩡하다고 치면, 이런 결과가 나올 확률
우리가 진짜 알고 싶은 것은 이쪽입니다.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동전이 멀쩡할 확률
이 둘은 다른 숫자입니다. 앞뒤를 바꾸면 다른 질문이 됩니다. p값이 1% 라고 해서 "동전이 이상할 확률이 99%" 인 것이 아닙니다. 그건 p값이 대답하지 않는 질문입니다.
그래서 통계에서는 "거짓이다" 라고 하지 않고 "기각한다" 고 말합니다. 증명이 아니라 판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대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각하지 못했다고 해서 동전이 멀쩡하다고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의심할 근거가 모자랐을 뿐입니다.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결백을 증명했다" 가 아닌 것과 같습니다.
5%는 누가 정했나요
아무도 발견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정한 숫자입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보기 전에 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결과를 보고 나서 기준을 정하면, 원하는 답이 나오도록 기준을 옮길 수 있습니다. 그건 검사가 아니라 변명이 됩니다.
그리고 5%는 공짜가 아닙니다. 멀쩡한 동전 스무 개를 검사하면 그중 하나쯤은 억울하게 "이상하다" 는 판정을 받습니다. 기준을 그렇게 정했기 때문에 따라오는 비용입니다.
정리하면
- p값은 "이 결과 또는 더 심한 결과" 가 나올 확률입니다. "딱 이 결과" 가 아닙니다.
- p값은 가설이 맞을 확률이 아닙니다. 질문의 방향이 반대입니다.
- 5%는 사람이 미리 정하는 기준이고, 틀릴 각오를 포함한 숫자입니다.